AGI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가 AI 강의를 할 때, 가장 첫 시간인 AI 개요를 다루는 시간에 언제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라는 개념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AI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 맞겠지만, 현재의 AI는 단지 가장 지능적인 존재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여러 특징을 기계적(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5감과 운동/움직임의 기계적인 움직임), 비기계적인 부분(정보의 인식, 사고, 판단, 추론 등)으로 구분하여 흉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직 인간은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명확히 알지 못하고, 그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상황이므로 구현이란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흉내를 내는 기능 중에서도 사고의 과정은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모르기때문에 단지 추정으로 비슷하게 보이도록 한 것 뿐이라는 것도 함께 말이죠.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는 흔히 많은 석학들이 주장하듯 AI가 인류를 위협하는 일따위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말 뛰어난 초 천재가 갑자기 나타나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한 초 AI를 내놓는다면 모를까.. 현재의 시점에서는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많은 AI 기업들은 자기들은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공 일반지능)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거나 몇 년 이내에 완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아주 가볍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듯이 AGI(예전에는 일반/범용 인공지능이라고 많이 불렀는데.. 요즘에는 인공 일반지능이라고 하네요)는 말 그대로 인간의 지능을 그대로 구현한 것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죠.
물론 기업 목표를 AGI의 완성으로 잡는 것에는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목표가 너무 쉽게 이루어 질 것처럼 떠들고 있는 것에는 동의, 공감할 수가 없네요.
강의때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도 그런 설명/주장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만...
(당연하지만) 제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세계적인 AI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그리고 알트만 같은 유명한 사람들도 가볍게 AGI를 입에 담는 것을 보니 제 기준에서는 약간의 황당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며칠 전에 "AI의 대모"라고 불리는 스탠포드 대학교의 "페이페이 리"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더군요.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3951

'AI 대모' 리 교수 "수십년 연구한 나도 AGI 잘 몰라"...누가 감히 AGI를 거론하나 - AI타임스

 

AI를 수 십년간 연구한 자기도 AGI를 잘 모르겠는데 도대체 누가 저렇게 AGI를 쉽게 거론하는가..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저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을 보니 상당히 반갑더군요.

저도 학문으로서 AI를 공부하고 연구한 것은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만(개별적으로 공부한 것을 포함하면 더 오래되었네요).. AGI를 생각하면 그냥 막막할 뿐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라는 것을 생각하면 눈앞에 거대한 벽이 서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많은 사람들은 AGI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I라는 분야가 이렇게 대중화가 된 것이 채 10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AI 붐과 함께 AI를 시작한 사람들이 저렇게 쉽게 AGI를 거론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AGI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첫 만남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그림: MS Designer Image Creator로 직접 그림)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모릅니다.
ChatGPT가 나오면서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한 순간에 급격하게 빨라진 것도 맞고... 

정말 어느 한 순간에 AGI라는 것이 튀어나올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러한 기술이 의미하는 무게와 현실적인 기술 상황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쉽게 완성을 거론할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갈까요?